가을마다 보는 단풍이지만 .... 늘 처음 보는 것 같네요.

     형제를 늘 처음 보는 것처럼 마주할때

     용서와 자비를 살 수 있으리라 다짐해 봅니다~~!! 

설악산에서 만난 단풍나무  - 글/사진 마리안젤라 님 

 2013년 11월 생활말씀

“서로 너그럽고 자비롭게 대하고, 하느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서로 용서하십시오.”(에페 4,32)

이 말씀에는 삶의 구체적이고도 본질적인 기본 원칙과 계획이 담겨 있습니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기존의 사회와는 다른 사회, 즉 보다 형제적이고 연대적인 사회를 만들기에 충분할 것입니다. 이 말씀은 당시 소아시아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제시되었던 광범위한 계획과 규범 중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그 공동체들 안에는 유대인과 이민족이 있었고 그들 사이에 평화가 이루어졌는데, 그 두 민족은 당시 갈라져 있던 인류를 대표했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선물로 주신 일치는 항상 새롭게 활기를 되찾아야 하고, 전적으로 서로 간의 사랑에 기초한, 구체적인 사회적 행동으로 실천되어야 합니다. 이로부터 우리의 관계를 어떻게 맺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과 지침을 찾을 수 있습니다.

“서로 너그럽고 자비롭게 대하고, 하느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서로 용서하십시오.”

너그러움은 다른 사람의 선익(善益)을 바라는 것입니다. 이는 이웃과 ‘하나가 되어주는 것’으로 온전히 우리 자신을 비우고, 우리의 관심 사항들과 생각들, 시야를 흐리게 하는 선입관들을 완전히 비우며 그 이웃에게 다가가는 것입니다. 이로써 그가 짊어진 짐과 필요로 하는 것, 고통들을 우리도 함께 짊어지고 그의 기쁨도 함께 나누게 됩니다.

이는 우리가 다가가는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문화, 그리고 전통을 이해하고 우리의 것으로 삼기 위해서 그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이로써 참으로 그들이 필요로 하는 바를 깨닫고 하느님께서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심어 주신 가치들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즉, 우리 곁에 있는 사람을 위해 사는 것입니다.

자비는 상대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말합니다. 이는 상대편이 우리가 원하는 성격이거나 우리와 같은 정치적 성향, 종교적 신념을 지니기를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상대편의 단점이나 우리를 매우 힘들게 하는 그의 행동 방식이 없어지기를 바라는 것도 아닙니다. 자비는 그런 것들이 아닙니다. 우리의 마음을 넓혀서 모든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겠습니다. 그들이 지닌 다양성과 한계, 비루함을 있는 그대로 맞아들이는 것입니다.

용서는 다른 사람을 항상 새롭게 바라보는 것입니다. 가정이나 학교, 직장에서 역시, 함께 아름답고 평온한 삶을 이룬다 할지라도, 의견 차이나 마찰, 대립의 순간들이 없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우리와 다른 생각을 지닌 사람을 향해 마음속에 강한 미움이 뿌리를 내리면 더 이상 대화하지 않기 위해 말을 아예 하지 않는다든지 회피하기까지 합니다.

매일 형제자매들을 새로운 사람들로, 온전히 새로운 사람들로 바라보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이는 어렵고 큰 도전이지만 매일 그렇게 하고자 굳게 다짐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잘못을 용서해 주시고 잊어 주시곤 하는 것처럼, 우리도 상처받은 것을 전혀 기억하지 말고 사랑으로 모두 덮어주면서, 우리 마음으로부터 전적으로 대사면(大赦免)을 해주는 것입니다.

나아가 너그러움과 자비, 용서를 단지 한쪽에서만이 아니라 함께, 서로 주고받으며 살게 될 때 참된 평화와 일치에 도달하게 됩니다.

화로에 불을 지피고 나서, 불씨가 재에 덮여 꺼지지 않도록 때때로 뒤적여 주어야 하는 것처럼, 가끔씩 서로 간의 사랑의 각오를 새롭게 하고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를 새롭게 회복해야 합니다. 이는 무관심과 둔감함, 그리고 이기주의의 재에 덮여 우리 사이에 사랑의 불이 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서로 너그럽고 자비롭게 대하고, 하느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서로 용서하십시오.”

이와 같은 태도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실천에 옮기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병자들을 고쳐 주시고 군중을 배불리 먹이시며 죽은 이들을 살리셨을 때, 또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셨을 때, 사랑이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주셨습니다. 구체적으로 행하는 것, 이것이 곧 사랑입니다.

아프리카의 한 어머니를 기억합니다. 그 어머니의 어린 딸, 로사안젤라는 폭력적인 한 남자 아이로 인해 한쪽 눈을 잃었습니다. 그 남자아이는 사탕수수 줄기로 로사안젤라의 눈을 찔렀고 계속해서 놀렸습니다. 그 남자아이의 부모는 용서를 청하지도 않았습니다. 로사안젤라의 어머니는 그 가족의 침묵과 그들과의 불편한 관계 때문에 상심에 잠겼습니다. 이미 모든 것을 용서한 로사안젤라는 “엄마, 괜찮아요. 다른 눈으로 볼 수 있으니 다행이에요!”라며 엄마를 위로했습니다.

로사안젤라의 어머니는 자신의 경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들려줍니다.

“어느 날 아침, 그 남자 아이의 엄마가 몸이 좋지 않다며 제게 사람을 보내 도움을 청해왔어요.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아니, 이럴 수가. 자기 아들이 우리 아이에게 그런 행동을 했는데 감히 내게 도움을 청하다니! 다른 가까운 이웃들도 많이 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나 즉시 ‘사랑에는 장벽이 없다.’는 말이 떠올라, 그 집으로 달려갔어요. 그녀는 문을 열어 주었고 저에게 안기다시피 하면서 기절했어요. 저는 그녀를 병원으로 데려가서, 의사들이 오기까지 옆에 같이 있었어요. 그녀는 일주일 후 퇴원하고 나서, 저에게 감사하기 위해 우리 집을 방문했어요. 저는 마음을 다해 그녀를 환영했으며 그녀를 용서했어요. 이제 우리 두 집의 관계는 회복되었어요. 아니, 모든 것이 새로워졌어요.”

우리의 하루 생활 또한 우리의 사랑을 표현해 주는, 구체적이고 겸손하며 지혜로운 행위들로 가득 채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할 때, 우리 주위에 형제애와 평화가 자라나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끼아라 루빅

이 글은 2006년 9월에 쓰인 생활말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