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 처   예수 부활하심

제주 성 이시돌 피정센터 / 새미 은총의 동산

 2013년 4월 생 활 말 씀

“형제 여러분, 서로 원망하지 마십시오.” (야고보 5, 9)

이번 달의 생활말씀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권고가 나오게 된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야고보 사도가 이 편지를 보낸 당시, 몇몇 그리스도인 공동체에서는 불미스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좋지 못한 행실과 사회적 차별, 부(富)의 이기적인 축적,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 행동이 따르지 않는 말뿐인 신앙 등이 사람들 사이에 불쾌감을 조성하고 서로가 서로를 탓하게 하는 등 공동체를 난관에 처하게 했던 것입니다.

“형제 여러분, 서로 원망하지 마십시오.”

따라서 당시 사도들의 시대에 이미, 오늘날 우리의 공동체들에서도 보게 되는 요소들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즉, 우리의 신앙을 생활화하는 데 있어 종종 봉착하게 되는 가장 큰 어려움들은 외부 세계라고 할 수 있는 세상으로부터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들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의 내부에서 비롯되는 것들이라는 사실입니다. 다시 말해서, 내부 세계인 공동체의 어떤 특정 상황들이나 그리스도인의 이상(理想)에 부합되지 않게 행동하는 우리 형제들로 인하여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불쾌감, 불신, 낙담(落膽) 등이 싹틉니다.

“형제 여러분, 서로 원망하지 마십시오.”

그런데 이 모든 모순과 언행의 불일치는 그 심각성에서 다소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그 근본적인 원인은 지속적인 빛을 지니지 못한 신앙과 더불어,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불완전한 사랑에 있습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다운 우선적인 자세는 성급함과 비타협적인 태도가 아니라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시는 방식이어야 할 것입니다. 그분께서는 참을성 있게 기다릴 것과 이해와 자비를 요구하시며, 이것이야말로 가라지의 비유(마태오 13, 24-30. 36-43)에서 설명해 주시듯, 우리 안에 심어진 선(善)의 싹이 자라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형제 여러분, 서로 원망하지 마십시오.”

그러면, 이번 달 생활말씀을 어떻게 생활로 옮겨야 할까요? 이 말씀을 생활하려 할 때 그리스도인의 생활에 있어 한 가지 어려운 측면에 부딪치게 됩니다. 우리도 여러 공동체인 가정, 본당, 사회단체, 직장, 시민 공동체 등에 속해 있는데, 그 안에는 유감스럽게도 우리 생각에 걸림돌이라 여겨지는 많은 것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의 성격, 사고방식, 행동방식, 모순적인 행위 등이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고, 우리 안에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러한 순간들이 바로 이번 달 생활말씀을 삶으로 실천할 수 있는 기회들입니다. 험담 또는 단죄 대신에 - 그렇게 하고픈 유혹이 올지라도 - 관용과 이해심을 갖도록 하며, 가능한 한 형제적 사랑으로 바로잡아 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특히, 그리스도인의 삶의 증거를 보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 상대방에게 사랑과 노력이 부족할 경우, 우리 쪽에서 더욱더 큰 사랑과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증거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끼아라 루빅

이 글은 1989년 12월에 쓰인 생활말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