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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8일부터 25일까지 세계 각지에서는 그리스도인들의 일치를 위한 기도 주간(교회일치 기도 주간)을 지냅니다. 또한 일부 지역에서는 성령강림대축일에 이 주간을 지내기도 합니다. 올해 교회일치 기도주간을 위해 선택된 성서 구절은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무엇을 바라시는가?”(미카 6, 6~8)입니다. 끼아라 루빅은 1월에는 매번 기도주간 관련 성서 구절을 택해 해설하곤 했습니다. 끼아라가 계속하여 이런 기여를 하도록 저희는 마태오 복음 9장 13절(호세아서 6장 6절 참조)에 대해 끼아라가 1996년 6월에 쓴 생활말씀 해설 본문을 싣습니다. 이 생활말씀은 이번 교회일치 기도주간을 위해 제안된 성서 구절의 깊은 뜻을 음미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2012.
1.19
한국 정교회에서 열렸던 교회일치
“너희는 가서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다.’ 하신 말씀이 무슨 뜻인지 배워라.”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다.” 예수님께서 언제 이 말씀을 하셨는지 기억나는지요? 예수님께서 어느 집에 들어가 식탁에 앉으셨을 때, 마침 많은 세리들과 죄인들도 와서 예수님과 자리를 함께하였습니다. 이것을 본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예수님의 제자들에게 “당신네 스승은 어째서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음식을 먹는 것이오?”라고 물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이 말을 들으시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가서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다.’ 하신 말씀이 무슨 뜻인지 배워라.” 예수님께서는 여기서 호세아 예언자의 말 한 구절을 인용하십니다. 이로써 우리는 예수님께서 그 말 속에 담긴 뜻을 알려주고자 하심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그 말에는 예수님께서 행동하시는 기준이 담겨 있습니다. 즉, 이 구절은 우리가 어떤 계명이나 규칙, 혹은 어떤 계율을 지키는 것보다도 먼저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고 일러줍니다. 이것이 바로 그리스도교 정신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한 가지 사실을 알려 주기 위해 이 땅에 오셨습니다. 그것은 바로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 무엇보다도 사랑하기를 원하신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와 같은 하느님의 뜻은 호세아 예언자의 말처럼 이미 성서를 통해 선포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 각자에게 있어 사랑은 그의 삶의 계획이자 근본적인 행동 법칙이며, 행동 기준입니다. 사랑이 언제나 다른 법에 앞서 모든 법의 으뜸이 되어야 합니다. 나아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그리스도인들에게는 견고한 기반이 되는데, 이를 바탕으로 다른 모든 규범을 합당하게 실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다.” 예수님께서는 사랑을 원하십니다. 그리고 자비는 사랑의 또 다른 표현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리스도인도 자비롭게 살기를 바라시는데,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하느님께서 자비하시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 있어 하느님은 다른 모든 것에 앞서 우선 ‘자비로운 분’이십니다. 모든 사람을 사랑하시는 아버지로서 선한 사람에게나 악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햇빛을 주시고 비를 내려 주시는 분이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시므로 죄인들과 함께 지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십니다. 이렇게 하심으로써 그분은 하느님께서 어떤 분이신지를 우리에게 알려 주십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과 예수님께서 이 같은 분이시라면 우리도 이런 마음을 간직해야 할 것입니다.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다.” “(……)희생 제물이 아니라” 우리가 형제를 사랑하지 않으면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드리는 제사를 기꺼워하지 않으십니다. 기도나 미사 참례, 우리가 바치는 제물 등 이 모든 것이 다른 이들과 평화를 유지한 가운데, 모든 이를 향한 사랑으로 가득한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니라면, 그분께서는 받아 주지 않으십니다. 예수님께서 산상 설교에서 얼마나 분명하게 말씀하셨는지요! 그분은 “그러므로 네가 제단에 예물을 바치려고 하다가, 거기에서 형제가 너에게 원망을 품고 있는 것이 생각나거든, 예물을 거기 제단 앞에 놓아두고 물러가 먼저 그 형제와 화해하여라. 그런 다음에 돌아와서 예물을 바쳐라.”(마태오 5, 23~24)라고 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하느님께서 가장 반기시는 예배는 이웃에 대한 사랑이며, 하느님께 드리는 예배 역시 그 바탕에는 이웃에 대한 사랑이 있어야 함을 알려 주십니다. 만일 우리가 집안에서 형제에게 화를 내거나 형제가 나에게 화를 내어 서로 불목한 상태에서 아버지께 선물을 드린다면 아버지는 우리에게 뭐라고 하실까요? “먼저 화해하고 오너라. 그러고 나서 내게 선물을 하든지 해라.” 하실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사랑은 우리가 그리스도인답게 살아가는 데 기본이 되는 것만이 아닙니다. 사랑은 우리가 하느님과 친교를 나눌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기도 합니다. 우리보다 먼저 살았던 성인들, 복음의 증거자들이 이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믿음을 생활화하는 그리스도인들이 이 사실을 체험합니다. 즉 그들은 형제를, 특별히 가난한 형제를 도와줄 때, 하느님께 대한 공경심이 그들 마음속에 자라나고 하느님과의 일치가 더 커짐을 느끼며 그들과 주님 사이에 특별한 관계가 존재함을 감지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체험이야말로 그들의 삶에 커다란 기쁨을 주는 것입니다.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다.” 그러면 이 새로운 생활말씀을 어떻게 삶으로 옮겨야 할까요? 우리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을 차별 없이 대하고 아무도 소외시키지 않도록 합시다. 하느님 아버지를 닮아 가면서 모든 사람들에게 우리가 내어줄 수 있는 것을 다 주도록 합시다. 하느님께서 기꺼워하지 않으시며 우리에게 씁쓸함을 안겨 주는 크고 작은 불화를 없애도록 합시다. 그리고 성서에도 씌어 있듯이, 해가 질 때까지 그 누구에 대해서든 노여움을 품고 있지 않도록 합시다(에페소 4, 26). 우리가 이렇게 행동한다면 우리가 하는 모든 행위에 대해 하느님께서 흡족해하실 것이며 그 행위는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일을 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것, 놀이를 하거나 공부를 하는 것, 자녀들과 함께 있거나 아내나 남편과 함께 산책을 하는 것, 기도하거나 희생의 행위를 바치거나 그리스도인으로서 각자의 성소에 적합한 신앙의 의무들을 실천하는 것 등 모든 것, 이 모든 것이 하느님의 왕국을 건설하기 위한 원료가 될 것입니다. 천국은 이 땅 위에서 지어 저세상에 가서 살게 될 집과도 같습니다. 그리고 이 집은 사랑으로 지어야 합니다. 끼아라 루빅 이 글은 1996년 6월에 쓰인 생활말씀입니다. |
